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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허벌 – 클래식#01)

by 향기나는토끼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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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벌

허벌 계열 향수의 원료는 일반적으로 식물의 잎에서 얻으며 향신료의 경우 씨앗이나 깍지에서 추출한다. 허브 에센셜 오일은 기운을 북돋고 금방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허벌 계열 향수는 허브 정원의 활기찬 합창과, 그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예술가들의 좀 더 차분한 주제곡이 특징이다.
1800년대에 조향사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허브 노트를 개발할 수 있게 해 준 합성 쿠마린 덕분에, 가장 잘 알려진 클래식 허벌 향수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양치류 향수로, 프랑스어로 푸제르라고 한다.
건초나 갓 밴 신선한 풀잎 내음의 그린 허벌 향수는 최근 훨씬 더 달콤한 경쟁자인 앰버와 구르망 계열 향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허브는 우리에게 주는 게 많다. 정원에서, 그리고 실험실에서 얻는 모든 그린 노트는 풋풋한 풀내음, 상쾌함, 활력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CLASSIC

 

1) 사토리얼

- 펜할리곤스
- Sartorial by Penhaligon's
- 상상 속의 메이페어
-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
- 사토리얼은 무척 신사적이라서 아마 사람이었다면, 당신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자리를 양보하며 스마트폰 대신 신문을 읽을 것이다. 이름은 새빌 로우의 양복 재단사를 떠올리게 하고, 향에서도 양복점의 깔깔한 질감 같은 가죽 냄새가 느껴진다. 가죽에는 허브, 라벤더, 면도용 비누 냄새가 섞인 전통 바버샵의 향기가 희미하게 배어 있다. 발사믹 우드 노트는 과묵한 부내가 나는 조용한 개인 회원 클럽 내부의 정교한 벽 장식에서 풍기는 향기와 흡사하다. 꿀을 조금 섞은 홍차, 광이 나는 가죽 구두, 은은하게 퍼지는 라벤더 콜로뉴, 고급스럽고 값비싼 맞춤 울 코트가 모두 점잖게 모여 완벽한 영국 신사의 향기를 풍기는 런던 사교계의 멋쟁이를 만든다.

2) 와일드 펀

- 지오 F. 트럼퍼
- Wild Fern by Geo. F. Trumper
- 완벽한 신사
- 조향사 미공개
- 트럼퍼는 푸제르 계열 향수가 등장하기 전부터 런던 한복판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았다. 와일드 펀은 향수 뿌리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가득 애프터 쉐이브를 묻혀 얼굴에 상쾌하게 두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사들을 위한 것이다. 아침에 어울리는 향수답게 강렬하다. 낮잠 자는 아빠의 코 밑에 갓 뜯은 바질 잎사귀 한 움큼을 들이대고 흔든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다음 와일드 펀은 트위드 재킷 주머니에 들어간 나방을 쫓아내기 적당한 정도의 파촐리와 함께 우디모스 노트로 부드럽게 가라앉는다.

3) 지키

- 겔랑
- Jicky by Guerlain
- 향기로 그려낸 추상화
- 조향사 에메 겔랑
- 정말이지, 1889년 파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화학자들이 새로운 합성원료를 발명했을 때, 있는 줄도 몰랐던 비밀스러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 조향사들이 제조법을 손으로 써서 식물의 이름을 붙인 지 수 세기가 지난 후에, 에메 겔랑은 바닐린, 쿠마린, 헬리오트로핀, 이오논, 새로운 머스크 같은 원료를, 베르가못 에센셜 오일이 가득한 플라스크에 하나씩 용해시켜 보며 실험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바이올렛, 통카, 바닐라빈, 아이리스, 라일락, 머스크 합성 향료가 낮은 생산 가격에 거의 무제한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제 에메는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허벌 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푸제르 향수인 지키가 탄생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는 훌륭한 향수의 기준을 세웠다. 파리에 가면 꼭 찾는 에펠탑처럼, 지키도 꼭 뿌려봐야 할 가치가 있다. 둘 다 모든 것을 바꾸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4) 드라카 느와

- 기라로쉬
- Drakkar Noir by Guy Laroche
-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사실은 말이야
- 조향사 피에르 바르니
- 드라카는 바이킹의 해적선을 뜻한다. 검은 배의 이름을 향수에 붙였지만, 상쾌한 푸제르 향기는 다행히 어두운 위험 속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방금 산뜻하게 씻고 나와 쾌활하게 웃는 친구가 소나무 숲 산책길로 당신을 데려간다. 모험이지만, 안전한 모험이다. 1980년대 기라로쉬는 펜과 면도기에 이어 일회용 향수를 추가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빅(Bic)에 매각되었다. 드라카 느와는 그 기묘한 사업 확장이 가져온 결과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푸제르 향기가 가득한 숲으로 향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드라카 느와의 향기가 마음에 든다면 여기 소개한 다른 향수도 시도해 볼 만하다.

* 참고

<윌리엄 퍼킨과 푸제르 향수> 푸제르 계열 향수는 고사리 같은 양치류 식물로 만들지 않는다. 양치류 식물은 대부분 향기가 전혀 나지 않는데도 19세기 후반에는 무척 인기 있는 가정용 식물이었다.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퍼킨이 통카빈 향기가 나는 합성 쿠마린을 발견한 뒤, 이 결정성 분말을 대량 생산해서 조향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쿠마린에 오크모스, 라벤더, 베르가못 노트를 섞으면 푸제르 노트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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