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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허벌 – 클래식#02)

by 향기나는토끼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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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SSIC

 

5) 레 엑셉시옹: 푸제르 퓨리우스

- 뮈글러
- Les Exceptions: Fougère Furieuse by Mugler
- 숲 속의 유희
- 조향사 장 크리스토프 헤로, 올리비에 폴게
- 우리는 뮈글러를 좋아한다. 향수를 리필해 주거든. 그리고 그들은 안전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에 어떤 향수가 나오든 항상 뭔가 특별한 향을 기대할 수 있다. 향수 브랜드를 보유한 많은 패션 하우스처럼 뮈글러도 니치 향수를 선보였는데, 이는 보통 향수 가격은 더 비싸지고 파는 매장 수는 적어진다는 의미다. 그들이 선보인 레 엑셉시옹 컬렉션은 클래식 니치 향수지만 거칠게 비틀려 있다. 일단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도 않았거니와 사랑받을 만한 매력이 가득하다. 푸제르 퓨리우스에서 뮈글러는 클래식한 푸제르 어코드를 깊은 숲 속으로 끌고 진흙탕에 솜씨 좋게 떨어뜨린다. 묵직하고 축축한 진흙 향기를 만들어놓고 그걸 깔끔한 향수로 선보이는 데는 용기와 기술이 필요하지만, 푸제르 퓨리우스는 스스로 진흙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허브 향이 피어오르게 한다. 나는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이 향수를 뿌리고 또 뿌리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푸제르 어코드는 진흙탕에 넘어지고도 성이 잔뜩 나 있지 않고, 심지어 짜증조차 내지 않는다.

6) 폴스미스 익스트림 - 포맨, 포 우먼

- 폴스미스
- Paul Smith Extreme-Men and Women-by Paul Smith
- 대단히 점잖고, 대단히 사랑스러운
- 조향사 포 우먼 앙투안 메종디외
- 조향사 포맨 마리오드 꾸뛰르, 올리비에 페슈
- 폴 스미스 익스트림은 남성용과 여성용이 있는데, 이보다 더 잘못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는 향수 이름을 거의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면 아예 다른 두 이름을 짓는 게 경우에 맞다. 내 향수 스튜디오에 있는 누구도 어떤 것이 남성용이고, 어떤 것이 여성용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심지어 걸어 다니는 향수 위키백과라고 불리는 직원 브룩조차도 틀렸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푸제르 미들 노트 덕분에 둘 다 매혹적이고 은은하며 균형이 잘 잡혀있다. 몇 시간 후에 여성용이 아마 조금 더 플로럴 향이 나는데, 그저 내 상상일 수도 있겠다. 여성용에는 헬리오트로프와 프리지어 노트가 남성용에는 스파이스와 인센스 노트가 있다고 조향사들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둘 다에서 통카 우디 앰버 머스크 향을 즐기고 있다. 익스트림은 극단적이지 않고 남성이나 여성용으로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엔 아까운 가격이다. 이름과 반대로 자신의 운명을 펼치는 무언가가 있다면, 폴 스미스 익스트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7) 옴므 이데알

- 겔랑
- L'Homme Ideal by Guerlain
- 실현 불가능한 꿈
- 조향사 티에리 바세
- 향수를 '이상적인 남자'라고 부르는 건 약간의 유머와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남자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걸까? 아니면 적어도 이상적인 남자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하려는 걸까? 이상적이지 않은 남자에게 실망한 여자가 이걸 뿌리고 위안을 얻으라는 건가? 아니면 향수 애호가 중 현실적인 사람들이 불가능한 남자를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베개 스프레이로 사용하라는 건가? 이 신사는 손톱을 정갈하게 다듬고 실크 양말을 신은 채, 다른 사람에게 벽에 선반을 달아달라고 하는 그런 남자다. 아몬드, 바닐라, 가죽, 시가 토바코 냄새가 느껴진다. 새 벨트의 날카로운 가죽 향보다는 고풍스러운 안락의자의 부드러운 가죽 내음이 난다. 그리고 신선한 아몬드가 아니라, 견과류의 고소함이 달콤함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설탕에 조린 구운 아몬드가 풍기는 향이다. 이미 방을 떠난 남자의 향기처럼 부드럽고 은은하다. 여자들도 꼭 뿌려보자.

8) 제리우스

- 지방시
- Xeryus by Givenchy
- 전설적인 1980년대 푸제르
- 조향사 미공개
- 주요 향수 브랜드는 1980년대에 모두 어깨에 힘을 팍 준 푸제르 계열 향수를 출시했다. 제리우스는 당시 푸제르 어코드에 그린 노트를 섞어 '소나무 숲으로 데려가 꽃향기로 샤워를 시켜버릴 테다'라는 느낌의 접근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속력이 좋아 시간이 지나면 이끼 베이스와 활달한 여피족 같은 스파이스 노트만 조금 사라질 뿐이다. 자취를 감추었던 만큼 그 모든 향기를 잊어버렸다 해도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리뉴얼 버전의 싱그러운 향기를 맡자마자 상쾌했던 오리지널에 가깝다는 걸 깨닫고, 몇 번이든 다시 뿌리고 싶어질 것이다.

* 참고

<여성을 위한 푸제르 향수> 클래식 푸제르 계열 향수는 보통 남성을 위해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종종 '바버샵‘이라는 라벨을 붙이는데, 이는 사실 남성용 애프터쉐이브를 의미하고 그보다 남성 지향적인 제품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푸제르 향수의 부드러운 쿠마린 노트는 은은한 통카빈과 구르망향을 선사하며 모든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다. 진한 인텐스 우디 앰버나 마린 오션 스플래시로 강렬함을 더하지 않는 한, 푸제르 향수는 완벽하게 중성적인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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